2023년 아트조선스페이스가 새롭게 선보이는 ‘X 시리즈’는 기관 및 갤러리와의 협업 전시 브랜드이다. ‘ACS X ( )’로 공란으로 비워 놓은 (블랭크)에 매번 다른 협력기관이 참여하여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X시리즈의 첫 포문을 여는 전시로 ‘ACS X 호리아트스페이스’이며 호리아트스페이스와 함께한다.
회화와 입체, 도자와 공예, 구상과 비구상, 전통과 현대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중진작가 작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계묘년을 맞아 아트조선ㆍTV조선ㆍ호리아트스페이스가 주최하고, 아트조선스페이스ㆍ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가 기획한《화이트 레인보우(White Rainbow)》엔 다양한 장르의 중진 미술가 5명(강민수ㆍ김찬일ㆍ채성필ㆍ최영욱ㆍ허명욱)의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화이트 레인보우(White Rainbow)》기획전은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한 전시 공간에서 병치 되어 만났을 때, 의외의 조화로움이 연출하는 긴장감과 시각적 리듬감을 보여줄 예정이다.
가령 같은 달항아리라도 극사실 회화기법으로 표현한 최영욱의 시점이나, 전통적인 장작가마에서 현대화시킨 강민수의 도예 작품으로 만날 때, 관람자의 보는 재미와 해석은 더욱 풍성해진다.
이렇듯 다섯 명의 초대작가는 장르와 기법이 서로 다르지만, 각각의 작품을 지탱하는 정신적 근간은 유사점이 많다. 우선 동양적인 감수성과 전통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작가별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전통과 현대적 미감의 만남은 치밀한 완결성을 보여준다.
흰색은‘제로’상태가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이다. 이미 그 안엔 온 세상의 빛깔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그림(작품)의 창작행위도 마찬가지다. 마치‘눈밭에 흰 꽃을 심는 과정’처럼, 수없이 반복되는 감정과 감성이 쌓여야만 완성된다. 흰 바탕 너머의 무궁무진한 색의 퍼즐을 읽어낼 때 비로소 온전하게 그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전시 제목으로 삼은‘White Rainbow’도 그 연장선이다. 서로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나란히 놓고 흰색의 화면을 대하듯, 열린 감성으로 맞이할 때 새로운 감흥도 얻을 수 있다.
아트조선스페이스, 호리아트스페이스, 아이프라운지에서 함께 진행되는 계묘년 첫 기획전 《White Rainbow》에는 강민수ㆍ김찬일ㆍ채성필ㆍ최영욱ㆍ허명욱 총 5명의 초대작가가 참여한다. 전통과 현대, 거침과 부드러움, 입체와 회화, 빛과 그늘 등‘서로 다름의 상생과 조화로움을 병치할 때 어떤 아름다움이 연출될 수 있을지’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5명의 서로 다른 감성이 제각각의 기호와 미적 담론을 발산하고, 마치‘무지개를 품은 흰 구름’처럼 잠재된 감수성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 여러 비구상 작품들이 전시장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마주하며 연출될‘긴장과 이완의 리듬감’이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전시 기간 중 세 곳을 순례하며 작품설명을 들을 수 있는 ‘소그룹 특별 도슨트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세 곳을 모두 관람하고 소감을 이메일(artnetwork@naver.com)로 제출한 사람 중 5명을 선정해 사후에 제작될 메인 도록을 증정한다.
강민수(1972~)는‘전통과 현대적 조형미가 어우러진 달항아리’작가로 이름나 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이 요구되는 장작가마를 고집하며 20년 넘게 검박하고 절제미 넘치는 달항아리를 선보여 왔다. 폭과 높이가 40cm 내외부터 무려 65cm가 넘는 초대형 달항아리까지 강민수만의‘비움과 채움 그리고 색즉시공’의 묘미를 보여준다.
김찬일(1961~)은‘조각적 오브제를 활용해 회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직접 제작한 물감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여러 겹 입히는 수행적 과정을 거친다. 그로 인한 캔버스 위의 조각들이 만들어 내는 파동과 에너지, 보는 각도에 따라 빛과 그림자에 의한 촉각적인 화면의 생성은 빼놓을 수 없는‘김찬일식 그리드 회화’의 독창성이다.
채성필(1972~)은 흙을 주조로 한 천연 안료로 그림을 제작한다. 바탕화면에 진주를 곱게 간 은분을 여러 차례 칠해 특유의 윤택을 만들어 낸다. 흙에 대한 본질적인 원성을 새롭게 재해석해 동양화의 전통 기법과 서양 미술의 조형 어법을 효과적으로 접목한 작품이다. 서양의‘4원소설’과 동양의‘오행설’에 흥미롭게도 모두‘흙’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모티브로 삼았다.
최영욱(1964~)은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삼아‘카르마(Karma, 업ㆍ인연)’라는 주제를 그림으로 담아낸다. 인연은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형성되듯, 위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인 달항아리 역시 다른 차원의 만남이 형성한 새로운 인연으로 볼 수도 있다. 겉모습은 달항아리 형상이지만, 그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엷은 풍경들이 숨어 있다. 그 안에 소우주를 담은 셈이다.
허명욱(1966~)은‘옻칠작가’로 알려졌지만, 모든 미술 장르를 넘나드는 만능예술가에 가깝다. 회화, 입체, 설치, 공예, 가구, 오브제 등이 총망라된 허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옻칠의 현대적 확장성을 확인하게 된다. 노동집약적인 제작과정은 그 자체가‘수행정진의 시간예술’이다.
기획전《White Rainbow》의 전시장 세 곳엔 초대작가 5명의 작품이 골고루 어우러져 선보인다. 광화문 세종대로의 아트조선스페이스 경우 높은 천정과 쇼윈도, 투명 통창 등을 활용해 전시장 안팎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치된다. 청담동의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 역시 평면작품(김찬일ㆍ채성필ㆍ최영욱)과 입체작품(강민수ㆍ허명욱)이 의외의 조합으로‘가정집 실내 벽면’이 연상되도록 연출한다. 특히 강민수와 최영욱은 같은 소재의 달항아리를 작가적 특성과 표현기법에 따라 어떻게 다른 감흥으로 전해줄 수 있을지 보여준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