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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비트의 유령들

ART CHOSUN과 TV CHOSUN이 공동 주최하고 ART CHOSUN SPACE가 기획하며 Gana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가 후원하는 제3회 하인두예술상 박종규b.1966 수상 기념전 《비트의 유령들 Specters of The Bitstream》이 2025년 6월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하인두예술상은 단순한 작품상의 성격을 넘어,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미술사적 궤적에 주목하는 작가상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하인두는 해방 이후 미술대학을 졸업한 1세대로, 당시 파리의 미술계가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던 시기 그 영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양적 사유와 한국 고유의 조형 감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추상 언어를 정립해 나갔다. 하인두가 남긴 예술 정신은 시대를 넘어 오늘의 작가들에게도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고자 2022년 제정된 하인두예술상은 하인두가 작고한 만 59세를 기준 삼아 만 59세 미만의 작가를 대상으로 수여된다. 예술적 정체성이 깊어지는 시기의 작가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역대 하인두예술상 수상자로는 제1회 김현식b.1965, 제2회 신미경b.1967, 제3회 박종규b.1966 작가가 선정되었으며, 제4회 수상자로는 정연두b.1969 작가가 선정되어 2026년 6월 수상과 개인전 개최가 예정되어 있다.

제3회 심사 위원장을 맡은 김윤섭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은 "박종규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전환기에서 두 경계의 감성 미학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라며, "동시대적 휴머니티를 한국성의 재해석으로 풀어낸 진취적 미감이 하인두 미학의 현대적 재발견에 비견할 만하겠다"라고 심사위원을 대표해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종규는 디지털 기기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에 주목해, 이를 수집하고 확대해 예술 작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노이즈를 단순한 디지털 결함이나 방해 요소로 보지 않는다. 작가에게 노이즈는 배제된 것들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이다. 그 안에 잠재된 미적 질서와 인간적 흔적을 포착함으로써,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사회적 기준에 질문을 던진다. 박종규는 이러한 주제를 미디어 매체뿐 아니라 회화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서도 풀어낸다. 배제된 가치로 간주되는 노이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듯이 디지털과 회화, 중심과 주변이라는 상반되는 개념들을 연결하여 노이즈가 가진 주제 의식을 더욱 강조한다. 관람객은 그의 작업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온 기준에 대해 재고하게 되며 가려졌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주하게 된다.

전시 제목 《비트의 유령들 Specters of The Bitstream》은 박종규 작업의 핵심 주제인 노이즈를 상징한다. ‘비트’는 픽셀과 같은 디지털의 최소 단위를, ‘유령들’은 배제된 이미지 속을 떠도는 노이즈의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5-2016년의 드로잉 작품도 함께 출품된다. 박종규는 기하학적 조형 언어를 단순한 외적 형식이 아닌, 분명한 이유와 구조를 가진 방식임을 강조하였으며 이를 드로잉에 담아냈다. 해당 드로잉 작품은 함께 출품될 영상 작업으로 확장되어 LED 전광판을 통해 빠르게 흘러가는 화면 속에서 기하학적 추상성을 드러낸다. ‘미술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우리가 보는 것과 인지하는 것들이 과연 절대적인 정답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박종규의 작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와 기술 속에서 예술의 본질을 탐색하고 기존에 배제되어 온 요소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시대에 회화와 예술이 나아갈 가능성을 조망하는 한편, 동시대적 감각과 미술사적 의미를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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